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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상

[논문 심사평]

  • 작성일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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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046
송수연

김미형 교수 (한국언어문화전공) 


 논문이 갖추어야 할 기초 사항은 어떤 것이 나의 의견이나 주장이고 어떤 것이 앞선 연구자가 연구한 것인지를 알아볼 수 있게 드러내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논문 작성자가 현재의 학문 상황에서 논의의 필요성이 있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진행하는 연구 과정을 거쳐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음을 알릴 수 있다. 이 점이 빠지면 논문으로 성립이 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접수된 학술 논문들은 한 편을 빼고 이 기초 사항과 관련하여 모두 결격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논문에서 유사한 결함이 발견되었으므로 이에 대해 몇 가지 논문 작성 시 유의할 사항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내년의 학술논문상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서론에서 현재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그에 대한 방안을 연구한다고 했으면, 앞선 연구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가 자기 생각인 것처럼 정리하는 것으로 그 방안을 연구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앞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보고서에 해당한다. 적어도 학술 논문이란 앞선 연구자는 하지 않은 어떤 내용을 새롭게 하여 발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학부 논문에서 그런 정도의 수준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작은 어떤 것이라도 기존의 상태에서 의미 있는 주제를 제기하고 그 주제를 본인의 연구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연구자가 의미 있는 통계와 의미 있는 분류 내용을 논문에 제시하고 있으나, 그 내용들이 앞선 내용을 인용한 것인지 본인의 새로운 연구인지에 대한 변별을 할 수 없게 모호한 기술을 하고 있다. 통계를 제시하면 어떤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하여 통계를 낸 것인지를 언급해야 하는데 그런 설명이 없으면 연구자의 창의적 연구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앞선 연구의 내용을 가져온 것이라면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가 된다. 내용주를 통해 인용한 앞선 연구의 출처를 밝히고 그 문헌들은 논문 뒤에 참고문헌으로 정리를 해야 한다. 


 논문의 기술은 대체로 서론, 본론, 결론의 세 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서론과 결론 부분의 장 제목은 ‘서론’, ‘결론’ 또는 ‘머리말’, ‘맺음말’이라고 붙인다. 그러나 ‘본론’은 그 표현 그대로 장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본론 부분에서는 그 논문에서 다루는 내용이나 주제를 표현하는 장 제목이 와야 한다. 예를 들어 논문이 0000 실태와 0000 방안에 대한 것이라면, 본론을 구성하는 두 개의 장은 0000 실태, 0000 방안으로 제목을 붙이면 된다. 또는 실태 부분을 이론적 배경으로 앞서 따로 다룬다면, 본론의 제목은 ‘0000 방안’이라고 붙이면 될 것이다. 하나의 장 안에 절이 한 개만 있으면 절 항목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학술 논문의 문장들은 어문 규범을 지켜 써야 한다. 그런데 어문 규범에 맞게 잘 쓴 논문을 찾기 어려웠다. 특히 띄어쓰기 부분에서 오류가 많았다. 의존명사는 띄어 쓰고 어미와 접미사 등 문법형태소는 붙여 쓰는 등의 기본적인 국어 어법을 등한시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은 연구자가 논문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하지 못함을 엿보게 한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체계와 문장 작성 부분에 자신이 없으면 계당교양교육원이나 국어문화원 같은 국어 상담 기관과 상의를 하면서 본인의 문장 실력을 높이면 좋을 것이다


 “청소년 자살률과 대학 입시제도에 대한 고찰”은 청소년의 자살률 통계 결과에 대해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묻고 대학입시 과중 부담이라는 결과를 얻어 다시 입시 제도를 고찰해보는 연구 단계를 거친 논문이다. 청소년 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여 그 내용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했다. 자신의 연구가 포함되었다고 평가하여 이 논문을 입선으로 뽑았다. 기성 시대의 관점이 아니라 청소년 당사자들의 입시 제도에 관한 불만 내용을 기술하면서 그 불합리성을 논의한 점이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설문 조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살펴보았으나 그 내용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바를 체계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자살률과 입시 제도의 연계성을 긴밀하게 논의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학부 논문으로서 이러한 주제에 접근하는 체계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입시 제도 문제와 연계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의제를 논문 주제로 잡은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돌아보면, 입시 제도 운운할 게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의 하위 유형을 세워 정리를 하는 것으로 논문을 쓰고 입시 제도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갖게끔 제언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조금 더 논문의 완성도를 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응모작 모두가 모두 연구할 가치가 있는 논제들을 다루고자 했다. 다만 위에서 설명한 것이 미흡하여 당선작과 가작을 내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좀 더 진지하게 파고들어 논문 한 편 잘 작성해보는 것을 대학 시절의 목표를 삼는 학생이 늘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내야 할 미래 사회는 정해진 정답을 찾아내야 잘 사는 시대가 아닐 것이다. 그 누구도 아직 생각하지 않는 자신의 새로운 생각을 개발하여 잘 표현하는 능력으로 살아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묻고 문제를 발견하고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작업이 바로 논문 작성이다. 비록 상을 드리지 못하나 관심을 가지고 응모한 모든 학생에게 손뼉을 쳐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