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문화

제 679 호 칸 영화제에 진출한 동문을 만나다

  • 작성일 2019-10-07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11361
송수연

 2019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섹션에 진출한 단편 '령희'의 연출자 연제광 감독(영화영상·10학번)과 

비경쟁 단편부문에 초청된 단편 ‘화근’의 연출자 윤동기 감독(영화영상·13학번)을 만났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하다는 공통된 열정을 가진 분들과 함께 칸 진출 소감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좋아하는 일을 넘어 잘하는 일이 되고 싶어요.”

 - 단편 영화 ‘령희’의 ‘연제광’감독


영화 ‘령희’는 단속반에 쫓기다 사고로 사망한 불법 체류자 ‘령희’, 

제대로 된 장례식은커녕 수습하기에 바쁜 회사. 

비극적인 일을 처리하는 령희의 룸메이트 ‘홍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화영상학과 10학번 연제광입니다. 



● 그동안의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상명대에서 처음 만든 작품은 ‘Amnesia(기억상실증)’이고, ‘The guest’라는 작품도 만들었습니다. 상명대 졸업 후, 영상원에 진학해서 만든 건 ‘홍어’, ’종합보험‘, ’표류‘, 이번에 만든 ‘령희 ‘가 있습니다. 각각 상명대 동기들, 영상원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 ‘령희’로 칸 영화제에 참석하신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생각보다, 들뜨기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다녀왔고 가서 힘을 많이 얻어왔습니다. ‘어떻게 됐든 선정된 것이 취소되는 건 아니니까 즐기고 오자’라는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영화의 제목 ‘령희’는 극 중 사망한 등장인물의 이름인데, 이름을 ‘령희’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원래 제목은 령희의 룸메이트인 홍매였는데, 영화의 주제를 더 잘 드러내기 위해 중간에 바꾸게 됐습니다, 부제인 ‘Alien’은 영어로 ‘불법체류자’라는 뜻인데 살짝 차별적인 뉘앙스가 내포된 단어입니다. 영화의 의미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부제를 ‘Ryung Hee’로 달면 외국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Alien'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 ‘령희’가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약자에게 벌어진 비극을 또 다른 약자가 처리하게 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관찰하는 시선으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이러한 사회적 모순에 대해서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특별하게 도움이 된 활동이나 경험이 있으셨나요?

학교생활도 도움이 됐고, 영상원도 도움이 됐습니다. 가장 길게 보면, 어릴 때 영화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일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이 일은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또한 상명대에서 좋은 교수님들과 좋은 선후배와 다 함께 좋은 공부를 하면서 성장해나간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 영화를 기획할 때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구하시나요?

그때마다 다른데, 이번 작품인 ‘령희’의 경우에는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불법체류 중인 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다가 죽었는데 자살 처리된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외가가 시골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게 된 것을 보고 ‘외가 주변에서 영화를 찍어볼까’ 하는 생각에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영화를 제작할 때 본인만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최대한 진심을 담은 영화를 제작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핍진성을 잘 지키면서도, 감독 자신의 스타일이 잘 녹아있고 자신의 시선이 잘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스타일이 장르마다 다르겠지만, 관객이 봤을 때 억지스럽지 않고 영화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독립 영화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단편 독립 영화는 짧은 러닝 타임 안에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해서 장편과는 다른 느낌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장편 독립 영화도 기존의 상업 영화처럼 스케일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저예산으로 풀어낼 수 있는 소재와 스타일이 다른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각자 하시는 일 잘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학점관리 잘하시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젊으니까 걱정할 시간에 좋아하는 일에 더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령희' 포스터









“영화는 매듭지어주지 않아요. 그 원리만 제시하면 해석은 관객들의 몫입니다.” 

- 단편 영화 ‘화근’의 ‘윤동기’감독 


영화 ‘화근’은 서울에서 파견된 광역수사대원들이 방화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유소진'의 집으로 향해 

추궁하는 과정을 통해 전개되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영화이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화영상학과 13학번 윤동기입니다. 영화를 위한 글을 쓰고 촬영과 연출을 합니다.



● 그동안의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교에서 작업한 영화는 ‘망아경’, ‘손이 많이 가는 미미’, 그리고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인 ‘화근‘이 있습니다. 졸업한 이후에도 ‘콜라보레이션’, ‘러브포 세일’ 두 작품을 찍었습니다.



● ‘화근’이 칸에 초청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칸에서 단편영화와 초청된 우리나라 작품들을 보면 장르 색이 굉장히 짙고 분위기가 시네마틱 한 것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제 영화도 대놓고 스릴러 장르를 해보자가 출발점이었기 때문에 아마 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칸에 초청받았을 때 굉장히 재밌었고, 무엇보다도 가서 처음 본 영화가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였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 성수동 사건, 고유정 사건같이 감정 제어가 안 돼서 벌어지는 사건들. ‘화근’이 이런 상황을 연출한 것인가요?

화근은 고유정 사건 전에 이미 완성됐지만 시대적 상황을 떠올리셨다면 절대 틀린 것은 아닙니다. 저는 화근을 통해 원리만 제시해주고 싶었습니다. 화근의 영어 제목 ‘neglected’는 방치됐다는 뜻인데, 저는 아무도 목격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던 것을 열어주는 역할입니다. 펼쳐진 공간에서 시대 상황을 떠올리셨다면 충분히 맞는 해석일 수 있습니다.



● ‘화근’을 통해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영화는 하나의 스토리로 볼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것보다 영화는 어떠한 이미지고 운동이고 공간과 시간이 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17분 동안 오고 가는 말들과 사연에 집중해 어떤 리듬을 위주로 영화를 느껴주면 좋겠습니다.



● 지금의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의미 있었던 교내 활동이 있으셨나요?

로랑 티라르의 책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에서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이런 걸 물어보지 말고, 나가서 찍어라. 찍 을 소재가 없으면 너의 하루 일상을 다 찍어라. 그리고 재밌는 것만 편집하면 한 편의 영화가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상명대 영화과는 실습 위주이기 때문에 테크닉을 배우기에 최적 화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커리큘럼 외에도 교수님께 촬영 장비를 빌려 영상을 찍기도 했습니다.



● 영화를 기획할 때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영화는 선한 자와 약한 자에 대한 클리셰나 결말에 대한 도식 같은 게 있는데 그런 걸 비틀어버리면 재밌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시나리오로 옮기기 시작하고, 제가 읽었던 여러 글과 노래들과 결합해가면서 눈덩이처럼 불려나갑니다.



●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의 독립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의 상업영화, 매번 같은 장르 영화에 질린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영화의 이미지는 비극적이고 슬프다는 인식이 많이 깔려 있었는데 실제로 발칙하고 유쾌한 것도 많고 상영되는 것도 많습니다. 앞으로도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교에 원하는 인프라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대학생일 동안 즐겁게 하고 싶은 것만 찾아도 대학 4년이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영화감독을 꿈꾸는 친구들이라면, 일단 자기 작품을 먼저 찍어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건이 안 되면 무리해서라도 시도해보고 내가 이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 '화근'의 한 장면



송수연 · 방효주 · 윤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