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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699 호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패러디와 오마주

  • 작성일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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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유쾌함과 날카로운 비판을 겸비한 정치 풍자 패러디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유세가 열띤 가운데 후보자들이 일제히 정치 풍자 패러디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SNL 코리아의 주기자가 간다에 직접 출연했다. 이들은 2030 세대를 대변하는 사회 초년생 캐릭터 주현영 인턴 기자와 만나 가감 없는 인터뷰를 나누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프로듀스 101’과 ‘미운우리새끼’ 프로그램을 융합한 형식의 정치 풍자 패러디가 흥했었다. 특정 정치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들은 대선 후보의 특징과 이름을 패러디 하며 날 선 선거전에 여유와 유쾌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러한 정치 풍자 패러디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자 청년세대의 관심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회의 발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후보라는 포용력 있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에 대선 후보들도 이를 선거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정치 풍자 패러디를 적극 활용하려는 추세와 달리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정치권력의 기분을 살펴야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규제를 받기도하며 정치 풍자 패러디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또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정치적 입장이 다양해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이 대체재로 등장하며 정치 풍자 코미디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케이블 방송국인 tvN에서 처음 방영된 SNL 코리아는 지상파 코미디의 한계를 깨부수며 정치 풍자를 이어나갔다. 현재 SNL코리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OTT 플랫폼으로 그 거처를 옮겨갔지만 여전히 정치권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SNL 코리아는 올 10월 초 세계적인 화제였던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를 하며 “첫 번째 게임은 증세(增稅)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다주택자는 탈락입니다”, “두 번째 게임은 집값 올리기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무주택자는 탈락입니다,” “세 번째 게임은 사회적 거리 두기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는 탈락입니다,” “네 번째 게임은 물가 인상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서민들은 탈락입니다.” 등과 같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같은 듯 다른 패러디오마주 그리고 표절의 의미 

  패러디는 기존에 존재하는 창작물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패러디와 오마주는 무엇이 다를까? 이런 패러디, 오마주 작품에 저작권법상의 문제는 없는 것일까?같은 듯 다른 패러디와 오마주, 그리고 표절의 정의와 함께 알아보자. 

 패러디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제를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 또는 그런 작품이다. 패러디는 패러디에 이용된 원작 자체를 풍자하는 직접적 패러디, 원작을 이용하지만 풍자할 대상이 원작 그 자체가 아닌 원작 이외의 다른 사회적 현상 또는 현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매개적 패러디가 있다. 원칙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하고 변형을 가할 때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하지만 패러디를 할 때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히 해치지 않는다면 저작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패러디가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을 비평하거나 풍자할 목적인 직접적 패러디라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고 희화화할 목적이라면 모방에 더욱 가깝기 때문에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원작 자체를 비평하고 풍자하는 것이 아닌 특정 정치인이나 사회 현실을 비판할 목적의 매개적 패러디는 국내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패러디라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패러디는 우리의 삶과 문화생활을 더욱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어주기에 어느 정도 허용될 필요가 존재하며, 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견해도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패러디와 같은 듯 다른 오마주란, 특정 작품의 작가나 작품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해당 작품의 주요 장면 및 대사를 자신의 작품에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오마주 하는 자는 자신의 작품에 타인의 작품 일부를 포함시키거나 또는 표현 방식을 따라하므로 원작자가 표절 등의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패러디에 비해 오마주는 표절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여 저작권 침해의 책임으로부터 탈출하기 더욱 어렵기 때문에 침해에 대한 책임 가능성 또한 높다. 비록 오마주를 하는 이유가 존경심을 표하기 위한 악의 없는 마음일지라도 표절 및 저작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사전에 원작자의 허락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마지막으로 표절이란 타인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마치 자신이 창작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표절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저작권 침해와 유사성이 있지만 표절이 곧 저작권 침해인 것은 아니다. 저작권 침해를 판단할 때 침해한 저작물이 원 저작물을 바탕으로 창작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하며 두 저작물 사이에 동일한 창작적 표현과 실질적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작권 침해 성립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표절했을 경우,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만료 저작물을 표절했다면 저작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고 단지 표절에만 해당한다. 표절이 법률적인 용어는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저작권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윤리적인 개념으로써 도덕적 비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패러디와 오마주표절은 구분할 수 있을까

  패러디와 오마주, 표절은 의미로는 차이가 극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작품을 보면 이 작품이 패러디나 오마주인지, 표절인지 완벽하게 구분하기는 힘든 일이다. 한때 패러디는 앜ㅋㅋㅋㅋ이겈ㅋㅋㅋ오마주는 오...이거...!!, 표절은 어...?이거...?”라는 글이 SNS에 떠돈 적이 있다. 패러디, 오마주, 표절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가는 문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들을 구분할 수 있을까? 앞서 봤듯이 오마주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인용하는 것이고, 패러디는 익살과 풍자적 재해석을 담아 독창성과 함께 인용한 것으로 패러디와 오마주의 사이의 차이는 비교적 극명하다. 패러디로 유명한 <무서운 영화> 시리즈와 영화 <써니>에 등장한 오마주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분명하다. <무서운 영화>에는 스크림이나 주온 등 공포의 명대사로 꼽혔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공포감은 커녕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기존 작품에 독창성을 담아 익살스럽게 인용한 패러디의 모습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써니>에서 영화 <라붐>의 일명 ‘헤드셋 장면’을 인용한 장면을 보면 다소 코믹스러운 연출로 기존 작품과 연출은 다르지만 작품에 대한 다른 재해석은 담기지 않은 오마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서운 영화 4 포스터(출처:네이버 영화)                                 ▲<써니>에서 <라붐> 오마주한 장면(출처: 영화 <써니>)


  어느 정도 구분 가능한 패러디와 오마주와 달리, 오마주와 표절은 구분하기 힘들다. 특히 민감한 문제임에도 법률로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해놓지 않았기에 표절을 해놓고 문제가 되면 오마주라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이다. 때문에 이 둘의 구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많지만 크게 두가지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는 원작자의 인정 여부이다. 사전에 원작자의 허락을 받거나 작품이 완성된 후에도 원작자의 인정이 있다면 표절이 아닌 오마주이다. 또 다른 방법은 완성도이다. 오마주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장면을 공들여 제작하는 건 당연하다. 공들여 제작한 오마주 장면은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완성도가 높지 않고 조악하거나 겹쳐 보이는 정도를 넘어 그대로 가져왔다면 표절일 확률이 높다. 이러한 방법에 따른 표절과 오마주의 구분은 대표적으로 오마주가 많기로 유명한 영화 <킬 빌>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감독 타란티노는 자신이 여태껏 봤던 B급 액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로 영화를 가득 채웠는데 특히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라는 영화의 감독을 직접 찾아가 잔인한 연출이나 음악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수많은 장면을 인용하고 변형시켰음에도 높은 퀄리티를 인정받아 다른 작품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킬 빌>은 오마주와 표절을 구분하는 두 가지 방법에 부합하였고 표절이 아닌 오마주로 인정받았다. 



표절과는 한 끗 차이올바른 개인의 인식 필수

  영화, 광고뿐만이 아니라 패러디와 오마주는 이제 생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패러디와 오마주의 사용빈도가 늘고 있는 이유는 패러디와 오마주의 효과 때문이다. 패러디와 오마주의 전제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다. 이런 익숙함이 보이면 우선 사람들은 한 번 다시 보게 된다. 즉, 익숙함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그 후, 패러디나 오마주 특유의 익살스러움이나 새로움을 보여주면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효과적인 패러디나 오마주는 마케팅 영역에서 주로 쓰이며 학생들의 경우, 창작과제나 자신들의 활동 홍보를 할 때 종종 사용한다.

  패러디와 오마주를 활용할 때 학생들은 표절에 주의해야 한다. 창작물은 창작자에게 있어 오랜 시간 공들인 자신만의 작품이자 창작자로서의 권리를 행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다. 표절은 이러한 창작물을 빼앗는 행위로 저작권 침해와는 달리 법적으로 명확한 처벌이나 그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표절의 가장 큰 문제점이 되고 있다. 법적 명시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표절은 갈수록 그 빈도가 높아지고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으며 창작자들은 표절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표절은 단순한 법률의 영역을 넘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영역에서의 문제이다. 개인의 도덕심에 따라 지켜야 할 문제로 표절을 인용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표절인지 아닌지 완전한 구분은 힘들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리는 것이 표절이기에 표절을 오마주라고 자기합리화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표절에 대한 인식을 하고 엄격한 기준을 세워 항상 경계하는 태도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도 표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저작권과 더불어 표절에 대한 교육을 하고 표절과 관련된 윤리 양심이 형성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아이디어가 하나의 재산이 되고 능력이 되는 세상에서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필수이다. 패러디와 오마주, 표절에 대한 올바른 개인의 인식이 있을 때 패러디와 오마주는 비로소 의도대로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것이다. 



이은영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