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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79 호 [책으로 세상 보기] 누군가의 몸이 눈사람이 되지 않길

  • 작성일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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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967
송수연


작별

저자 한강 외 6명

출판사 은행나무


누군가의 몸이 눈사람이 되지 않길


‘그녀의 몸이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왜 하필 주인공은 눈사람이 되었을까?’ 사실 소설의 제목이 ‘눈사람’이라고 착각될 만큼 소설 속 ‘눈사람’이란 단어는 수없이 나오고 그 성질과 상태에 대한 묘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눈사람의 묘사는 모두 주인공의 감정으로부터 나오는 것들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녹아내리기도 하고,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부서져 버리기도 했다. 주인공은 소설의 처음부터 싱글맘, 학교폭력, 노동자의 삶과 같이 힘겨운 현실 문제를 마주하며 살아가는 무기력한 존재로 그려졌다. 따라서 매 순간 언제 놓아버릴지 모르는 자신의 삶에 의문을 느끼고 어떤 사회적 또는 심리적인 요소에 의해 결국은 한없이 녹아내릴 수밖에 없는 나약하고 한정적인 존재인 주인공의 모습을 눈사람을 통해 나타내고 싶던 것이 아닐까 한다. 



소설을 한 번 읽은 후에는 눈사람이란 강렬한 소재에 갇혀 제목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결국 소설의 큰 내용은 ‘작별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아들에게, 사랑했던 연인에게,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고 통화를 하고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는 동안 소중했던 사람들과 떠나기 전 인사를 했다. ‘작별’의 사전적 의미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인데, 수동적인 뜻을 포함한 ‘이별’의 의미와는 달리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다. 마치 주인공이 소멸되기 직전의 행동들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준비된 담담한 작별이란 것을 의미하는 듯 말이다. 눈사람이 결국엔 녹아 없어진다는 것은 주인공 또한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으로 인한 것인지 스스로 놓아버린 죽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현실에 더 이상 미련 없이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쓸쓸하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사실 소설 속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앞서 찾아낸 의미들이 아닐 수도 있다. 왜 눈사람이 되었고 주인공이 죽었는지 살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난 뒤에 그 의미 속에서 느끼는 우리 삶의 의문들, 순간의 공포심들일 것이다. ‘우리도 언젠가 눈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도 삶을 살아가는 어느 순간 눈사람이 되어도 놀라지 않고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인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채 소멸되기를 바라는, 어쩌면 스스로 눈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한다. 언젠가는 견딜 수 없는 사회의 현실과 부딪힐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송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