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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80 호 [ 영화로 세상 읽기 ] 우리는 ‘아서’인가 ‘조커’인가

  • 작성일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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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666
한아름



토드 필립스 │ 스릴러, 드라마 │ 2019년 │ 미국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강한 인식을 준 영화 주인공에는 ‘조커’가 있다. 우리에게 ‘조커’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의 이미지는 미치광이, 광대, 악당 등으로 좋은 이미지는 없다. 하지만 이번 영화 <조커>는 그가 어떠한 경험으로 인해 조커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숨겨있던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어찌 보면 그저 DC 영화의 하나로써 누군가에게는 악당이고 누군가에게는 영웅일 수 있는 영화이지만, 나에게는 <조커>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사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주인공 ‘아서’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직업인 코미디언을 꿈꾸며 어머니를 부양하는 한 빈곤한 가정의 아들이다. 하지만 그는 정신이상으로 이유 없이 웃음이 새어 나오는 질병이 있는데, 그의 웃음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를 멀리하며 ‘아서’는 친구도 몇 없는 외로운 생활을 살아간다. 주변이나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 또한 따뜻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 지하철 사건으로 주인공 ‘아서’는 ‘조커’의 삶으로 살아가게 된다.
감독 토드 필립스는 영화<조커>에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인터뷰했다. 주인공 ‘아서’는 그가 겪는 질병으로 지역지원상담소에서 매주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고립되고 외로운 일상에 관한 이야기나 일기장을 보여주곤 한다. 상담사는 늘 미간을 찌푸리고 이야기를 듣지 않은 채 똑같은 질문과 자신의 일자리에 관한 실업만 걱정하며 ‘아서’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다. 이처럼 영화 속에 정신질환자인 ‘아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전혀 배려가 드러나지 않는다. 약자에 대한 은근한 무시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우리 사회에서 주된 문제점이다.


  영화 <조커>처럼 우리 사회에도 ‘강약약강’은 우리의 인식에 자리잡혀 있다. ‘강약약강’은 강한 상대에게는 약하고 약한 상대에게는 강함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회의 한 면을 보여준다. 약자에게 보여주는 강인한 면모와 강자에게 보여주는 여린 모습은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나만 잘되면 돼’와 같은 이기적인 면모 또한 사회에서 필수적인 모습으로 평가된다. ‘나만’이라는 이기심은 타인과의 관계를 깨뜨리는 주요인으로, 점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내가’ 혹은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세상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영화처럼 우리는 약자에게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대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


  <조커>에서 ‘아서’가 의도치 않은 한 가지 사건으로 인해 한순간에 ‘조커’가 된 것처럼, 우리도 의도치 않은 일로 인해 한순간에 타인에게 배려도 받지 못하고 인식 또한 좋지 않은 ‘약자’로 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니까.
 


한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