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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82 호 [ 책으로 세상 보기 ]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꽃은 없다

  • 작성일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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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455
한아름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 글배우 지음 ┃ 강한별 출판 ┃ 2019년



  현재 우리나라는 이해관계에 비롯된 만남을 추구하며 인간에게도 ‘가성비’를 따지는 사회가 되었다.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에는 ‘인간관계’라는 단어와는 역설적이게도 ‘관계’만 있을 뿐 ‘인간’이 낄 틈이 없어졌다. 어렸을 때 어른들은 나에게 인간관계도 성장통의 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 간의 만남이 줄어들며 만남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통해, 인간관계는 더 이상 ‘성장통’이 아닌 ‘통(증)’의 한 부분이 됐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고 있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계를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기계가 되어야 한다.’라는 농담을 한다. 실업난으로 인하여 많은 청춘이 사회나 회사가 원하는 혹은 정해져 있는 인재상으로 성장하기 위해 자기만의 고유성을 포기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한 명의 기계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상이야말로 정말 ‘인간’이 낄 틈은 없어지고 ‘관계’만 남은 사회가 아닐까 싶다.


  도서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는 우리 사회에서 상처를 받은 이들에게 괜찮다는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는 책이다. 작가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 사람들의 시선, 경험으로 인해 얻은 점 등을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꽃은 없다. 그러나 꽃은 흔들려도 자신의 향기를 잃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통해, 작가는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시련 속에서도 자신만의 향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그런 사회가 되기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느새 2019년의 막이 내리고 있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올해 어땠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몇 명이나 자신 있게 ‘나의 향기를 잃지 않고 나대로 잘 보냈다’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번 해가 너무 힘들었고 좌절이 큰 2019년’이라 답하는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도 있고 때론 넘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항상 잘해야 하고 항상 실수하면 안 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수와 실패는 아주 멋진 과정이며 그 과정을 지나온 사람만이 오랜 시간 바라온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결과가 없는 과정들을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고 지독히 외로운 현실을 살고 있지만, 우리만은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우리의 색깔과 향기를 잃지 않도록 자신을 더 많이 아껴주고 격려해주면 좋겠다.



 한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