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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2020호외-4 호 [영화로 세상 읽기] 제2의 국가부도의 날이 일어난다면?

  • 작성일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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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209
송수연

영화, 사냥의 시간 (2020.04.23.)



제2의 국가부도의 날이 일어난다면?


 이제훈 주연의 영화, 사냥의 시간은 희망이 없는 국가 현실 속에서 위험한 범죄를 계획하는 4명의 젊은이와 그들을 추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추격 스릴러물이다. 2010년 파수꾼으로 이름을 떨친 윤성현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경제적으로 처참하게 몰락한 한국을 배경으로 두 친구 장호와 기훈은 그들의 절친 준석의 출소를 맞이하러 가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의 도입부인 설정쇼트에서 이어지는 장면을 보면, 장호와 기훈의 앞으로 펼쳐진 도시 풍경을 장황하게 보여주며 뿌연 안개와 매연에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환경오염이 극악에 다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시는 도시로서의 기능이 정지된 도시로 설정이 되었고, 노숙자와 실업자가 넘쳐나는 시대를 그려냈다. 원화는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는 휴지 조각이 되었고, 사람들은 원화 대신 달러로 생활을 이어나간다. 당장 갚아야 할 국가의 빚 1250억 달러를 갚지 못했으며, IMF도 도움을 거절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곳곳에서 격렬한 파업과 시위가 일어나 무장 경찰이 배치되어 있으며 시중에 불법 총기가 풀려 곳곳에서 총격전이 빈번한 상황으로 설정하였다. 이렇듯 국가 막장·멸망의 내용을 담는 영화이다.


 ‘사냥의 시간’은 서스펜스 영화의 대표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이 악역에 쫓기는 구성의 영화로 관객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서스펜스 연출이 뛰어나다. 스릴러 영화로서 어두운 조명 아래 젊은 배우들이 겁에 질린 모습을 훌륭히 연기해내고 적절하게 긴장감을 유발하는 음악을 배치했다. 또한 컬러 조명과 다양한 메타포, 인상적인 레이아웃 구성으로 훌륭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특히 총기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만큼 관련 총기 연출이 빼어난데 사운드와 동선 연출, 롱 숏의 활용, 총격씬 등도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 각 장면이나 시퀀스 별 편집 및 영상미는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감탄할 지점들이 많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각본이 너무 뻔하고 스토리의 연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흔한 클리셰를 담고 있는데 감독의 연출도 눈에 띄지 않아서, 스릴러 장르인데도 이미 영화의 중반부터 흐름이 깨지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각 씬의 분위기 묘사나 표현방식은 좋았으나, 스릴러 작품의 대표작들과 비교해 봤을 때 스토리의 흐름이 다소 진부하고 허구성이 물씬 느껴지는 영화였다. 액션 영화나 느와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출연진으로 보나, 예고편으로 보나 기대가 많았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흔한 클리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작품이다.



김채연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