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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81 호 Flex! 대학생 과소비 열풍

  • 작성일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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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8142
윤소영

너도 나도 Flex 열풍



▲ 소비는 펑펑, 통장은 텅텅 (출처: Pixabay)



  최근 대학생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신조어는 Flex이다. 대학생의 이용률이 높은 SNS는 물론이고 유명 브랜드의 광고 문구에서도 ‘오늘의 Flex’, ‘Flex 해버렸지 뭐야’처럼 Flex가 사용된 문장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Flex의 뜻을 모르면 문화에 뒤처진다는 놀림을 받기 일쑤일 정도이다. Flex는 본래 ‘구부리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지만,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며 새로운 뜻을 갖게 되었다. 이 단어는 최근 기리보이, 염따 등의 래퍼들이 가사에 사용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 Flex라는 단어와 함께 과소비를 과시하는 문화가 함께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A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을 명품을 구매하는 데 모두 사용했다. 거의 100만원에 가까운 신발을 구매한 것이다. 이후 A씨는 SNS를 통해 ‘드디어 Flex 했다’며 명품 소비를 자랑했다. 이에 A씨의 친구들과 SNS 이용자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부럽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A씨는 이를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품이나 고가의 물건을 소비한 후 SNS에 자랑하는 것이 유행하자 무리해서 형편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식 소비가 유행하는 실정이다.



급증하는 Z세대의 명품소비

  그렇다면 대학생 명품 소비에 대한 객관적 수치는 어떨까?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을 Z세대라 이르는데, 이들이 최근 명품 소비의 주요 고객층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에 따르면 Z세대의 명품 소비 증가율은 2016년 8.5% 이후 매년 20%대로 급증했다. 2019년 상반기만 해도 전년 증가율인 29.8%와 근접한 24%대를 보여 10ㆍ20세대의 2019년 명품 소비는 더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가 발표한 '밀레니엄과 Z세대가 생각하는 패션 명품소비'를 살펴보면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한 명품을 사고 싶다', 즉 명품을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다고 답한 사람 중 과반수는 Z세대(5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조어가 부추기는 과소비 문화
  매스컴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이런 대학생들의 비합리적인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 또한 큰 문제이다. 인터넷에 Flex를 검색하면 이를 이용한 기사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진다. 이 기사들은 모두 연예인이 착용한 명품을 언급하며 Flex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마치 명품 소비가 멋진 행동인 것처럼 서술한다. 연예인이나 유명 유투버 등의 SNS 또한 명품 소비를 부추기기도 한다. ‘Flex 질투와 시선 받으며 우리 멋있어지자’라는 노래 가사로 Flex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래퍼 기리보이는 최근 자신이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한 금액 ‘1,690만원’을 공개하며 화제가 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역시 Flex’라며 ‘멋있다’, ‘부럽다’, ‘대단하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외 유명 브랜드에서도 Flex를 이용한 마케팅을 적극 활용 중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 또한 최근 대학생 서포터즈의 이름을 ‘Flex’라고 지으며 Flex 열풍에 합류했고, 국내 뷰티 브랜드인 ‘미미 박스’ 또한 블랙 프라이데이에 ‘Black Friday with Flex’이벤트를 런칭했다. 디지털 미디어 방송국 ‘딩고’에서도 ‘Flex’를 찾아가는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명품 소비를 과시한다는 뜻의 Flex라는 단어가 마치 형편에 맞지 않는 과소비조차도 멋진 행동인 것처럼 꾸며내고, 또 다양한 매체와 브랜드가 홍보를 위해 이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소비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유행을 선도하는 행동인 것처럼 그려내는 것이다. 



미성숙한 불안감을 Flex로 해소
  그렇다면 도대체 왜 대학생들은 Flex에 열광하는 것일까? 바로 2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사회 비교성향이 높기 때문이다. SNS 이용시간이 많을수록 사회 비교경험 또한 늘어나는데, 20대의 SNS 이용률은 다른 세대보다 높아 사회 비교성향 또한 높은 것이다. 고인곤 사회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사회 비교성향이 높을수록 다른 세대에 비해 열등감을 느끼기 쉽고, 이런 특성은 명품구매라는 소비현상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서울 노원 발달 심리 연구소 상담 심리학자 김서현 연구원은 소위 말하는 ‘인싸’가 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심리를 악용한 상술이 과도한 소비활동을 조장 한다”며 “이는 주체적인 소비가 아니므로 결국 정신건강을 헤치게 된다. 이런 병폐를 막기 위해 스스로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Z세대가 미디어로 접하는 연예인의 명품 소비와 과시에 대해 “사회적으로 완연하고 성숙하지 못한 Z세대는 자신들의 불안감을 과시욕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연예인을 따라 하고자 하는 모방 심리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학생의 과소비는 형편이 되는 학생들의 소비에서 시작하여, 형편이 되지 않는 학생들마저도 마치 과소비를 따라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도태되는 듯 생각하는 행태를 낳고 있다. 소비에 앞서 ‘내가 과연 이것을 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잘 고려하여 주체적인 소비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가치는 명품이 아니라, 나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윤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