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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82 호 역사의 광장, 변화의 광장

  • 작성일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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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8123
윤소영


역사의 광장, 변화의 광장



▲ 역사를 간직한 광화문 광장(출처: 관광공사)



광화문의 역사
  광화문은 경복궁의 남문인 동시에 국왕이 드나드는 정문이었다.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의 정문이었기 때문에 그 규모와 격식 면에서도 매우 웅장하고 화려했다. 특히 광화문은 담장 양 끝에 각각 동십자각과 서십자각을 두어 조선의 5대 궁궐 가운데 유일하게 궐문의 형식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 또한 광화문 앞에는 궁중의 각종 의식에 이용되던 넓은 단, 월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광화문 밖으로는 육조거리가 이어졌다. 육조는 오늘 날 관청의 역할을 했던 기관으로, 육조거리는 정치와 행정의 중심축이었다. 이 육조거리는 다시 경제의 중심축인 종로와 맞닿아 있었다. 즉 광화문은 조선의 도읍지였던 한양의 정치와 경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함으로써 왕조사회에서 궁궐이 갖는 위엄을 보여주는 상징성도 매우 컸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광화문은 크게 훼손된다. 광화문 뒤 편 흥례문 일대를 없애고 1926년 조선총독부청사를 완공한 일제는 조선총독부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로 광화문마저 없애려 했으나, 극심한 반대 여론에 결국 경복궁의 동편 건춘문 북쪽으로 옮기는 데 그쳤다. 또한 일제는 월대는 물론이고 육조거리도 없애고 도로를 확장했다. 육조거리의 중심을 훼손하기 위해 오늘 날 광화문 광장 터에 은행나무를 심기도 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으로 인해 광화문은 또 한 번 크게 훼손된다. 폭격으로 석축만 남고 문루가 완파되었던 광화문이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된 것은 박정희 정권에 이르러서다. 1968년 정부가 파괴된 문루를 재건하고 광화문을 현재의 자리로 옮겨놓았다. 그러나 새로 재건한 광화문은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졌으며, 3.5도 가량 본래의 중심축과 어긋나게 틀어지고, 원래의 자리에서도 14.5m 가량 뒤로 물러나 완공되었다는 문제가 남았다.


  1995년에는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되면서 광화문 광장 복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서울시는 광화문 및 경복궁 복원과 연계 가로공원화 내용을 포함한 ‘국가중심가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광장 조성계획은 2002년 문화재청이 발표한 경복궁, 광화문권역 문화재 환경 정비 계획에서 나타났다. 이어 2003년 서울시의 시민광장 조성 기본계획, 2005년 문화재청의 광화문 역사광장 조성계획 등 다양한 계획이 제시됐다. 광장의 중앙배치, 양측 배치, 편측 배치 등 여러 계획 내에서도 광장의 배치형태가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졌다.


  광화문 광장이 오늘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된 것은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재임하던 2009년부터이다.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와 청계광장으로 이어지는 세종로 중앙에 길이 555m, 너비 34m로 조성되었으나, 차로 중앙에 배치된 광장의 모습이 마치 섬 같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광화문
  서울시는 2016년부터 광화문 광장 재구성을 위한 절차에 나섰다. 2016년 9월 분야별 전문가 및 서울시 내부 위원으로 구성된 광화문포럼이 출범되었다. 광장 재구성화는 크게 ‘역사성 회복’과 ‘보행성 회복’ 차원에서 논의됐다. 임창수 광화문광장사업반장은 “광화문 자체는 복원이 됐지만 광화문 주변 공간이 여전히 역사적으로 미흡하다”며 역사도심으로서 광장 회복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조선시대 월대를 광장에 구현하고 월대 앞을 지켰던 해태상도 원래 위치를 찾아 광장 쪽으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일단 월대 설치 공간은 도로에서 광장으로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광화문 남쪽에 T자형 지하차도 설치를 고려하였으나 토목 여건이 좋지 않고 비용 문제가 컸다. 대규모 공사로 인한 시민 불편은 물론 공사 장기화, 사업 경제성 등을 고려하면 지하화 대신 우회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광화문 남쪽을 지나가는 우회도로다. 즉 현행 사직로 - 율곡로 동서 직선 길을, 사직로 - 새문안로5길 - 사직로8길 - 종로1길 - 율곡로로 지나가는 U자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아울러 세종대로 지하를 동서로 지나는 중앙지하차도는 없앤다. 이 도로는 평면이므로, 북쪽의 광장과 남쪽의 광장이 분리된다. 북쪽은 역사광장, 남쪽은 시민광장으로 불리게 된다. 서울시는 광화문 앞을 가로지르는 사직, 율곡로 자리에 4만 4700㎡를 역사광장으로 새로 만든다. 사직 율곡로는 기존 새문안로5길을 확장해 우회시킨다. 일부 구간과 세종대로는 10차로를 6차로로 일부 축소한다.



광화문 광장의 변화, 시민들의 생각은?
  서울시는 변화하는 광화문 광장에 대해 시민들과 의견을 나누고자, ‘전문가 공개토론회’, ‘찾아가는 전문가 토론회’ 등 다양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론이고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에 관심 있는 시민들도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눌 수 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광화문 광장을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하며 토론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팽배히 갈렸다. 평창동에서 온 시민 한 명은 “지금 광화문 광장이 어정쩡하다. 교통도 너무 불편하고 개선되어야 한다”라며 “지하철을 통해 광장에 갈 수 있게 하고, 광장은 전면 보행화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와서 쉬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광화문 광장의 변화에 적극 지지했다.


  반면 같은 평창동에 거주하는 또 다른 시민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광화문은 한국의 심장부라고 생각하고 광화문 광장은 관상동맥이라고 생각한다. (교통의 요충지인) 광장을 막았을 때 관상동맥은 어디로 가나?”라며 전면보도화를 반대했다.


 이에 임창수 광화문광장사업반장은 “오늘 토론회는 듣기 위한 자리이기에 다양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의견들을 반영하고 종합해서 광장 자체에 대한 계획, 주변부에 대한 계획, 민원에 대한 부분까지 차곡차곡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