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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682 호 “폰 켰는데 왜 답장 안해?” 커플 위치 앱과 사생활침해

  • 작성일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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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9583
김경관

젠리의 명암, 자녀보호와 왕따
자신의 실시간 위치를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인싸(무리와 잘 섞여 노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젠리(Zenly)’가 주목받고 있다. 젠리는 프랑스 앱 개발자 앙투안 마틴(Antoine Martin)이 지난 2015년 선보인 실시간 위치 정보 공유 앱이다. 전 세계 다운로드 수는 7월 기준 1,000만 회가 넘었다.
‘젠리’는 상대가 친구 요청을 수락해야지만 서로의 위치를 공유할 수 있다. 물론 친구 요청을 거절, 삭제할 수도 있다. 이 앱 또한 상대방 프로필을 클릭함으로써 배터리 용량을 살필 수 있다.
이 위치 서비스 앱은 자녀의 위치를 살펴볼 수 있고 친구들 간의 위치를 통화 없이 확인할 수 있어 수월하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실제, 8살 자녀를 둔 A(37·여) 씨는 “아이가 하교할 시간에 맞춰 젠리 앱을 본다”라며 “아이가 바로 학원에 가는지 딴 길로 새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뉴욕 대표 일간지 중 하나인 뉴욕데일리는 지난달 10일 한 젠리 이용자는 교통사고를 당해 2시간가량 실종됐다가, 친구들이 젠리 앱의 위치정보를 통해 구제되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는 결국 사망했지만, 위치 추적 앱의 긍정적인 요소로 해석된다.
개인 정보의 유출이 이러한 위치 앱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젠리는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자신의 프로필이 활활 타오르게 된다. 흔히 ‘인싸’는 앱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약간의 과시욕을 바탕으로 앱을 사용한다.
다만 실시간 위치 정보를 통해 특정 집단이나 사람을 따돌릴 수 있는 왕따 행위가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실제 한 국내 커뮤니티에는 “왕따의 휴대폰에 젠리를 깔아두게 하고 피해 다니면 정말 좋다”는 올라와 충격을 주었다. 이와 더불어 부모가 자녀 감시를 위해 설치하는 경우 또한 “자녀들의 인권침해다”라는 주장이 거세다.

문자, 통화내역까지 확인 가능, 사생활 보장 가능한가?
‘커플로드’ 애플리케이션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앱’이라는 모토로 연인들이 서로의 모든 사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커플로드’는 커플 위치 앱 중 가장 많은 개인정보를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앱이다. 그만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더욱 많다.
이 커플로드 앱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존의 위치 앱처럼 배터리, 위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에게 ‘통화 내용, 문자 내역, 사용 중인 앱’까지 유출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문제점은 단순 친구 추가를 맺은 상대방의 개인 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고 그 상대방과 문자 혹은 메시지를 주고받은 제3자의 개인 정보까지 유출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 어플 사용자들의 후기에 의하면, “이렇게 만날 거면 왜 사귀냐”, “그렇게 확신이 없으면 사귀질 마”, “악용될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라고 말하며 어플이 지나치게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동의하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커플 앱보다 연인 간에 중요한 것은 존중
커플 앱은 연인들 간에 서로에 대한 믿음의 증표로 설치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다만 문제는 서로에 대한 위치 확인과 통화·문자 내용 확인까지 가능한 해당 앱은 악용되어 연인들 혹은 친구들 간의 갈등의 원인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실제,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사생활을 오픈하고, 공유하는 게 상대를 신뢰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포장되는 인식은 문제다. 상대방의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와 직결되기 때문에 위험하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사적 영역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김경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