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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2020호외-3 호 문명과 전염병

  • 작성일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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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516
최아름

 (사진 설명 : 격리시설에 격리된 사람들 아이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전염병 top 3

 아무리 강대국, 선진국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있다. 의료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지라도 조심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바로 ‘전염병’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 약 466만 명이 감염되고 약 31만 명이 사망하며 종식되지 않고 전 세계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류는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보다 감염력과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을 겪어왔다. 그중 인간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병 천연두, 페스트, 스페인 독감에 대해 알아보고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한 점이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마마’라고 불리던 한국 최초의 바이러스, 천연두(天然痘)

 천연두는 3억에서 5억 명의 사망자를 낸 한국 최초의 바이러스로,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전염병이다. 천연두는 병을 옮기는 신의 노여움을 달래고자 당시의 극존칭 표현인 ‘마마’라고도 불렸다.

천연두의 증상은 열과 구토 증상을 동반하며 입 주위에 염증이 생기고 피부 발진이 생기는 것이다. 그 후 피부 발진이 난 곳은 물집으로 뒤덮이고 딱지가 생기며, 딱지가 떨어지면서 나무껍질과 같은 흉터를 남긴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천연두로 인해 매년 40만 명이 사망하였고, 그 중 삼분의 일은 실명을 동반하기도 했다.

 천연두는 코로나19와 같이 바이러스를 흡입하면서 전염된다. 주로 입이나 코를 통한 비말감염인 인두 점막감염이 일어난다. 대개 감염된 사람과의 지속적인 대면접촉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며, 보통 그 위험반경은 감염자 주위 6피트(1.8 미터) 정도이다. 그러나 감염된 체액이나 침구·의복 따위의 오염된 물체(비생체 접촉매개물)에 의해 원거리 감염도 일어날 수 있다. 드물지만 건물, 버스, 열차 등의 폐쇄적 환경에서 공기를 매개로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도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발생한 천연두는 1977년 10월이며, WHO는 1980년에 이 질병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고하였다. 인류는 천연두를 박멸하기 위해 1주 보고체계, 울타리 감시전략, 봉쇄 전략 등을 사용하였다. 지금까지도 세계 보건기구의 핵심 운영 기제인 1주 보고 체계는 지역 단위 의료소에서 상위 병원, 그리고 각각의 국가의 의료지원 행정부서를 경유해 1주 안에 WHO로 보고되도록 만들어놓은 시스템이다. 또한, 울타리 감시전략은 천연두가 발병한 지역의 거주자 전원에게 예방 접종 여부와 불문하고 백신을 접종시키는 전략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천연두는 인류가 박멸한 최초의 바이러스 전염병이 되었다.



유럽을 휩쓴 검은 죽음의 병, 페스트(Plague)

 페스트는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과, 전 세계에서 2억 명의 죽음을 앗아간 팬데믹 전염병이다. 페스트보다 흑사병(검은 죽음의 병)이라고 더 잘 알려진 이 질병은 병이 진행되면서 전신에 흑색 괴사를 일으켜 검은빛으로 썩는 모습 때문에 흑사병이라 불린다. 페스트는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며 오한을 동반한 발열 등의 증상들이 빠르게 진행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발병하면 여섯 시간에서 닷새 사이에 사망하게 된다. 페스트는 쥐에 기생하는 벼룩을 매개체로 하는 감염병으로, 페스트균을 가지고 있는 벼룩이 사람을 물 때 전파되며, 야생동물이나 사체, 혹은 사람 간의 감염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흑사병은 유럽에서 1347년 처음 창궐한 이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여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최초의 흑사병 확산 이후 1700년대까지 100여 차례의 흑사병이 발생했고, 14세기 중세 유럽에 퍼져나간 흑사병은 "대 흑사병"이라 불린다. 대 흑사병은 유럽 사회의 계층을 붕괴시키기도 했다. 유행 이후 많은 사람이 사망해 다중으로 유산을 상속받는 경우가 생겨나 자산을 보유한 계층이 바뀌었으며, 노동자의 수가 급감하여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는 경제적 변화도 있었다.

 또한 중세의 위생 관념은 흑사병 사망자를 급증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인류가 손 씻기를 생활화한 것은 1870년대부터였으며 때문에 당시에는 손을 씻어야한다는 개념이 없을뿐더러 흙으로 신체를 닦기도 했고, 벼룩이나 쥐 등 유해생물에 대한 방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현재 코로나 19는 손 씻기를 강조하는 예방책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방역도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등 실제로 감염병에 대처하는 위생 관념이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위생 관념은 많은 사람을 빠르게 감염시키고 사망하게 하기도 하며 감염병의 진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인류 최대의 재앙, 스페인독감(Spanish flu)

 스페인 독감은 20세기에 최소 2,500만 명에서 최대 1억 명이 사망해 중세 흑사병과 같이 전 세계가 팬데믹 상태가 된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다. 당시에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스페인 언론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스페인 독감’이라 불리게 되었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미군 부대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으며, 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면역력이 약해진 병사들이 귀향을 위해 모여 있던 합숙캠프에서 집단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군 병사들이 미국으로 귀국하면서 그해 9월부터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740만 명이 감염되었으며 감염된 이들 중 14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 독감은 특히 코로나 19와 공통점이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확진자들이 격리 시설에 격리되었다는 점과 정부에서 사람들에게 마스크의 사용을 권장했다는 점, 사망원인 중 급성 폐렴이 많았다는 점 등이 있다. 또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변이를 거쳐 21세기까지 살아남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또한 바이러스의 변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매년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기에 스페인 독감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하여 살아남기 전에 박멸할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현대의 질병 ‘코로나’, 우리의 생활 모습 바꿔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앞서 살펴본 천연두, 페스트, 스페인 독감과 같이 전염성도 높고 특히 노인과 어린아이가 걸리면 사망률도 높은 질병이다. 코로나19의 높은 전염성은 우리 생활 속 ‘단체 활동’, ‘모임’, ‘회식’ 등 집단 문화를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했으며, 어쩌면 이를 계기로 앞으로의집단 중심주의 문화는 사라지고 개인 중심적인 생활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질병은 그 시대만의 문화를 만든다. ‘코로나 끝나면 만나자’와 같은 새로운 안부의 말을 만들어내며 질병으로 힘들어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어 하는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미신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경제를 뒤흔들어 위기를 겪게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질병은 생활 모습을 질병에 맞춰 변화시키고, 사람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질병이 발병하는 원인과 이유는 다양하다. 질병이 퍼지고 전염되는 이유 또한 오롯이 바이러스가 가진 강한 전염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현재 코로나19가 장악한 이 속에서 개인의 즐거움과 편리함을 위해 섣불리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