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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2020호외-4 호 개인의 그릇된 신념이 만들어낸, 정보 감염

  • 작성일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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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396
송수연

개인의 그릇된 신념이 만들어낸, 정보 감염

코로나19 ‘인포데믹’, 가짜 뉴스와 미디어 리터러시



코로나19 전염력과 비례하는 정보 전염병, ‘인포데믹’


▲ (출처: 한겨례)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늘어나는 확진자 수만큼이나 무분별한 가짜뉴스, 일명 ‘인포데믹’이 속출하고 있다. 인포데믹(infordemic)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것이 전염병과 유사하다는 데서 생겨난 용어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라시’와 같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이에 해당한다.

 기존에도 가짜 뉴스는 4차 산업시대, 인터넷 시대 속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생성되고 공유되었으며,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였다. 현재 코로나 시대에서의 인포데믹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 위력이 커짐에 따라 잘못된 정보도 급속히 퍼져 많은 집단감염을 일으키고, 방역 수사에 혼란을 가져오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즉 코로나19 속 인포데믹은 광범위했던 정보 전염의 범위에서 코로나 사태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집단적 성향의 강력한 정보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 인포데믹의 심각성은 단순히 잘못된 정보를 주고받고,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잠잠해지는 듯하던 코로나19가 이전보다 더 강력한 확산세를 가져온 데는 이러한 인포데믹의 영향력도 한몫했다. 잘못된 가짜 뉴스에 세뇌되어 잘못된 믿음을 갖는 사람들이 정부의 방역지침을 거부하기도 하고 방역 수사에 혼선을 두어 더 많은 감염자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코로나 시대의 인포데믹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력과 비례하는 또 하나의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선행되어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사실상 가짜 뉴스가 선행되어 더 큰 코로나19 피해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소금물 소독...? 본격적인 코로나19 인포데믹의 시작


▲ 은혜의 강 관계자들이 교인들의 입에 소금물을 분사하고 있는 모습 (출처: 동아일보)


 지난 3월 경기 성남의 은혜의 강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은 인포데믹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장은 "교회의 예배 CCTV를 확인한 결과 교회 측이 예배당 입구에서 예배를 보러 온 사람들 입에 분무기를 이용해 소금물을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이 교회 교인들은 예배 시작 전 감염병을 예방 한다며 소금물을 입에 뿌렸고,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소독을 하지 않은 같은 분무기를 사용하면서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방역당국은 코로나19를 소금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집단감염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8·15 광화문 집회도 인포데믹의 확산으로 인해 수많은 확진자가 나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집회 참석자들은 집회장에서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마스크도 잘 쓰지 않는 등 정부의 방역 수칙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유, 밀착해 붙어있을 수 있던 이유의 내막에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조종하는 그릇된 신념이 존재했다. 즉 믿음의 근원에는 유튜브와 카카오톡과 같은 SNS로 공유되는 가짜 뉴스가 있었다. 전광훈 목사,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의 신해식 대표, 엄마 부대의 주옥순 대표 등이 대표적인 가짜 뉴스 전파자이다.



극단적 보수 ‘유튜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경로로 다수 세뇌시켜


 기독교 언론 ‘크리스천투데이’가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 사건이 있기 전 바이러스 테러가 있다는 제보가 다섯 명으로부터 있었다. 심증은 있었으나 물증을 찾지 못했다” 또, “양성이라지만 증상도 없고 멀쩡하다. 보건소에서는 양성이 나오고 병원에서는 음성이 나오는 성도들도 수십 명이다”라며 감염 사실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중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모습 (출처: 유튜브 체널, 주옥순TV 엄마방송)


 코로나19 인포데믹의 주범은 전 목사만이 아니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도 집회에 참석하고 난 뒤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중임에도 주옥순 TV 유튜브 채널에서 “광화문 이승만 광장하고 코로나19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에 코로나19는 절대 번지지 않는데 문 대통령이 독재를 위해 이용한다.”라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황당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례는 주옥순 대표 말고도 많다. 주 대표와 마찬가지로 확진되어 입원 중인 신해식 대표도 보수 성향인 ‘신의 한 수’ 유튜브를 통해 ‘정부가 방역 조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문재인 만세’를 세 번 외쳐야 풀어주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됐다. 

 이 외에도 주사랑 이은미 TV, 시대정신연구소 유튜브 채널은 방통위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가짜 뉴스 전파 통로이다. 이들은 모두 극단적 보수 유튜버들로, 가짜 뉴스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특히 시대정신연구소는 "모든 정보는 정부에서만 관리하고 국민들에게 교묘하고 잔인한 수법으로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라는 영상 자막을 띄우기도 했다. 

 이처럼 가짜 뉴스는 극단적 보수 성향을 가진 개인의 그릇된 이념에서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유튜브와 SNS 등의 온라인 전파 매체의 특성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집단적으로 무분별한 인포데믹을 형성하고 있다.



가짜 뉴스 꼬리 자르기... 정부와 방통위 앞장서


▲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방해하는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출처: TV 조선)


 방통위는 지난 25일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방해하는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라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방심위는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가짜 뉴스 확산의 주요 전파 통로로 파악한 주사랑 이은미 TV와 시대정신연구소의 영상을 접속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가짜 뉴스 관련 심의 횟수를 주 1회에서 주 2~3회로 확대했다. 더불어 방통위는 국민들이 코로나19 관련 정확한 정보만을 인식하고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방송사와 주요 포털사이트에 팩트체크 보도를 활성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팩트체킹 플랫폼도 만들어 가짜 뉴스를 거르는 시민 팩트체커를 만든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디지털 미디어 소통 역량 강화 종합 계획'에 따라 미디어 제공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팩트체크 시민교육을 확대하고 언론ㆍ사회ㆍ경제 등 분야별 전문가가 전문 팩트체커로 활동할 수 있게 심화교육도 실시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비대면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진 디지털 미디어 활용 능력을 전 국민이 갖출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을 확대하고 인프라를 강화하는 한편 누구도 미디어 교육의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히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코로나19 인포데믹 시대에 갖춰야 할 능력 


 가짜 뉴스, 즉 인포데믹의 형성을 막기 위한 정부와 방통위의 지원에 발맞춰 개인 또한 잘못된 정보를 판단할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를 흔들고 국민들을 코로나19의 위험으로 내모는 인포데믹은 정보 리터러시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 정보 리터러시는 정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며, 필요한 정보를 이용해 문제 해결을 수행할 수 있는 광범위한 능력을 뜻한다. 한 개인에 의해 전파되는 터무니없는 말을 이러한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가짜 뉴스의 확산은 시작된다. 


▲ (출처: 한겨례)


 리터러시 능력, 어떻게 갖춰서 인포데믹을 막을 수 있을까. 우선 정보를 접하는 순간 멈춰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동의한다고 공유해서는 안 된다. 알게 된 정보가 진짜 뉴스인지 가짜 뉴스인지와 관계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동의하게 되는 순간 가짜 뉴스는 지인들과의 SNS, 인터넷상에 공유되고 또 다른 이에게 정보 전염을 시킨다. 소셜미디어 분석센터 칼 밀러 소장은 사람들이 믿음을 강화하는 게시물을 공유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하며 “심하게 고개를 끄덕일 때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며 그때가 바로 다른 무엇보다 온라인에서 행동하는 속도를 늦춰야 할 때이다”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출처가 분명한 말을 믿는 것이다. 이건호 대구가톨릭대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의료 인터넷 연구지'에서 코로나19 정보를 담은 한국어 유튜브 영상 중 37%가 가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유튜브에서 한국어로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단어를 검색해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105편의 비디오 내용을 분석했고, 39개의 영상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만든 영상은 유용한 정보가 담겼음에도 불구하고 조회 수가 낮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정보가 되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잘못된 정보에 쉽게 노출되며, 출처에 상관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알게 된 사실이 사실인지, 잘 모르겠다면 우선적으로 전문가의 견해가 담긴 출처 분명한 정보를 믿어야 한다.


 인포데믹, 가짜 뉴스 확산의 문제는 사실 잘못된 정보를 진실이라고 판단하는 행위 그 자체보다 그렇게 성립된 개인의 잘못된 판단과 신념이 다수에게 공유되거나 강요되면서 정보의 전염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때문에 우리는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이 맹신하는 생각에 대해 여러 메신저와 sns를 통해 다른 이에게까지 2차 감염을 시키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이렇게 전해지는 출처 불분명의 가짜 뉴스를 분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 또한 갖춰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이 가짜 뉴스에 감염되지 않고, 건강한 의식을 가져 코로나19 대응 수칙을 잘 지키고 하루빨리 감염의 시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송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