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학술·사회

제 695 호 공사 도중 나온 문화 유적, 어떻게 해야할까?

  • 작성일 2021-06-08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6108
엄유진

광화문 공사 도중 유적 발견되다.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난황을 겪고 있다. 도로 중앙에 분리되어 있는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와 연결시켜 도심 공원을 만들기 위한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걷기 편한 새로운 광화문 광장’을 목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다. 재구조화 사업을 통해 차도 때문에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시민 편익시설 부족 등으로 이용에 불편함이 있던 광장이 개선되면서 시민 중심의 대표공간으로 조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공사 현장에서 조선시대 육조거리와 관련된 여러 문화 유적이 발견되면서 문화 유적 보존과 지역 개발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했다.공사 도중 매장된 유물들이 발견되어 갈등이 발생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남 창원에 터널을 새로 뚫을 때 가야시대 문화재가 대량 출토되면서 공사가 중단되었으며 강원도 춘천 중도에서는 레고랜드를 짓기로 한 장소에 청동기와 원삼국 시대 유물들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문화유적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육조거리를 살펴보는 시민들(출처: news1)


공사현장에서의 문화유산 발굴, 골칫거리인가 학술적 데이터인가

 공사현장에서 문화유산이 발굴되는 경우 역사와 기억의 공간을 보존 연구해야 하는 입장과, 그 공간을 새롭게 도시재생 해야 하는 입장이 대립한다.먼저, 문화 보존을 주장하는 측은 문화유산 보존의 학술적 가치를 공사개발보다 우선한다. 문화 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역사와 기억의 공간, 그리고 관련된 유물을 보존해야 역사적 연구가 가능하며, 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유산 발굴의 학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특히 이번 광화문 유적처럼 조선시대의 유적 유물은 일제 강점기 때 파손되거나 훼손된 것이 많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로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공사를 주장하는 측은 공사를 중단하면 입게 되는 피해가 크기 때문에 공사현장에서의 문화유산 발굴을 부정적으로 본다. 공사 도중 문화재가 발굴되면 공사가 즉시 중단되는데 이에 대한 금전적 피해와 시간 측면에서의 손실이 상당하기 때문에 공사 중 발굴되는 문화 유산을 골칫거리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구미시 돌배나무 숲 조성 공사 때처럼 공사하는 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굴되면 훼손하거나 숨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편리성을 위해 진행되던 공사가 중단되면서 입은 피해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실제로 경남 창원에 안민2터널을 뚫을 당시 가야 유물의 발굴로 인해 터널 공사가 중단되자 불만을 토로한 주민들이 있었다. 


광화문의 문화유산과 개발, 과거 동대문은 어떻게 해결했나?

 문화유산 보존과 개발 사업은 2007년 동대문 운동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도 대립이 발생했다. 동대문 운동장을 철거하면서 그 자리에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에 대한 계획이 세워졌고, 건설에 앞서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동대문 운동장을 관통하고 있는 서울성곽만큼은 복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동대문 운동장을 철거한 자리에서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조선시대 유물들이 발견되면서 예상보다 상황이 난처해졌다. 특히 이간수문이라는 아치형 수문 시설, 식민지 시대의 ‘기와도로’와 같은 건축물들이 함께 드러나면서 유적 복원 문제가 복잡해졌다. 당시 드러난 건물터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었지만, 성곽 유적 보존이라는 원칙만 정해지고 유적 보존 방법 및 범위에 대해서는 정리되지 않아 공사 진행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팽팽한 논의 끝에 3가지 유적 보존 방안을 확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 방안에 따라 서울성곽과 이간수문은 최소한의 응급 복구 처리만 하고 그대로 현장에 보존하며, 훈련도감을 비롯한 주요 건물터는 이전 복원해 유적공원을 조성하고 디자인플라자&파크 건물이 들어설 일부 공간 지하에 유적 일부를 보존하기로 했다. 이렇게 절충된 의견은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려고 했던 자리를 디자인플라자와 유물들이 공존하는 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하게 하였다. 

▲동대문운동장 부지에서 발굴된 서울성곽의 내벽(출처: 연합뉴스)

 광화문 공사처럼 문화유산 보존과 개발사업에 대한 충돌이 일어났을 경우, 정확한 메뉴얼이 없어 대체로 동대문 운동장 때처럼 서로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다만 협의할 때 문화 유산 처리 과정에서 우선시해야 하는 두 가지 법 제도가 있다. 우선<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건축주는 사업장에서 문화재를 발견하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는 동시에 이를 보존하고 국가에 귀속해야 한다. 또 다른 법 제도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로 국가 차원의 발굴과 그에 따른 사유재산권 보전을 해주는 법률이다. 2020년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발굴 과정에서 가치가 높은 문화재가 발견되면 국가 차원의 발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가에 의한 매장문화재 발굴 대상이 확대되었다. 기존의 이 법률은 발굴에 따른 매장문화재 보존조치를 하게 되면서 개발사업을 완료하지 못하게 되면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보존 조치된 토지만 매입할 수 있게 하였고 이로 인해 주변 토지 등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개정되면서 보존 조치된 토지 이외에 그 주변 토지 등도 매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고 매장문화재 보존 및 관리를 위한 공익사업의 효율적 수행과 사유 재산권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보존과 개발 사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

 아직 문화유산 보존과 개발사업 사이의 정확한 메뉴얼이 없으며 법적 제도를 보면 문화유산 보존을 우선으로 한다. 그러나 그에 따른 손해배상 역시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만 보상을 해줄 뿐 공사 중단 등에 대한 보상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다. 이렇게 어느 한쪽의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문화유산을 보존하자는 의견과 공사개발을 주장하는 의견이 쉽게 타협점을 찾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국가의 입장에서 문화유산 보호는 중요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사하는 측의 금전적인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사 중단과 지연에 따른 금전적인 손해를 국가와 각 구청, 시·도청에서 분담해 배상함으로써 공사하는 측의 부정적인 입장을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해결법은 공사 중단 등에 대한 손해를 줄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발굴 현장에서 문화재가 암암리에 파괴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또한 동대문 운동장 사례처럼 보존 범위부터 방법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들에 대해 충분한 의논을 거친 후 보존과 개발을 적절히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광화문 공사는 공사도, 문화유적의 보존도 모두 중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보존과 개발, 그 사이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들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은영 기자, 이상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