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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680 호 정시 확대, 공정성 확보인가 금수저 전형인가

  • 작성일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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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486
윤소영

정시 확대, 공정성 확보인가 금수저 전형인가



문 정부 “정시 확대” 발언에 여론은 갈려


  지난 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부터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오고 있던 ‘정시 확대’ 요구에 문재인 정부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직접 ‘정시 비중 상향’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정시 비중을 30%로 확대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은 줄이지만 지역균형선발과 기회균등선발 비율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시 비중의 확대는 단순히 선발 구조의 변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공정성’ 강조하는 정시,
“교육현장은 과거로 역행할 위험 있어”


  현재 입시제도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기반으로 하는 ‘학생부 종합전형’, 고등학교 3년간의 성적을 보는 ‘학생부 교과전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으로 원서를 작성하는 ‘정시’를 비롯해 실기, 논술 등을 비롯한 전형들이 존재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의 성적 이외에도 세부능력 특기사항과 독서, 동아리, 봉사, 교내 대회 수상이력 등의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반으로 학생의 성실도, 전공적합성 등을 판단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최근 대학 입시 비리관련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대학 입시의 전형 중,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공정성이 많은 논란이 되며 정시 확대가 다시금 논란이 되어오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기르기에 어렵다는 이유로 정시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정시보다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학생의 진로 개발이나 미래 역량 함양에 바람직하다는 것 이다. 더불어 정시 확대가 공교육 정상화의 역행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수능 중심의 정시를 확대하면 주입식, 문제 풀이 식의 수업을 하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 이다.
  더불어 고교학점제가 유명무실 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 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이다. 2018년 전국적으로 연구학교 54개, 선도학교 51개 총 105개 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 선도 학교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능 과목 중심으로 정시로 선택을 한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기 이전에 대입으로 먼저 선택 과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여론은 ‘금수저 전형’ 축소, ‘공정한 수능’ 확대 반겨


  학생의 입장에서 정시 확대는 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대입부터 적용된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현 초5~고1의 학생들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이 두 기둥을 이루는 현행 대입 체제에서 중등교육을 받고 대입을 치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이 연령대는 정·수시 반반 세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학생·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보이면서도 우선은 정시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이다. 최근 들어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사건을 통해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리가 많은 수시보다는 정시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더욱 공정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중3 아들을 둔 학부모 강모씨는 “어쨌든 정시가 늘어나니까 내신을 챙기면서 종합학원을 계속 보내면 수시든 정시든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과정도 결과도 불투명한 학종을 막연하게 준비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동시에 학부모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입시 전형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서술형 수능이든, 수시 면접이든, 수능 킬러 문항이든 결국 교과 심화학습과 선행학습이 답”이라면서 “최근 교육 정책 발표가 잇따르자 학원 문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교사 60% ‘정시 반대’,
“사교육 및 소득·지역격차 확대 우려”


  이에 교사를 비롯한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벌써부터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눈을 돌리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시 확대는 결국 사교육을 조장하게 될 것이며, 상류층 학생에게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자녀의 수능성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회의 형평성의 관점에서 더 불공정하다는 연구 결과 또한 이들의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는 발표·토론 대신 문제 풀이식 수업이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걱정이 있다. 고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학교도 입시 성과가 중요하니까 수능이 다시 중요해지면 문제 풀이와 암기 비중을 늘리지 않을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대학 관계자들 또한 정시 확대와 달라지는 입시 전형들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전국 대학교 입학 관련처장 협의회는 1일 보도 자료를 내고 “지난해 공론화를 통해 ‘2022학년도 정시 30% 이상’등이 권고된 상황에서 이를 시행하기도 전에 정시 확대가 재 논의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특히 “수도권 주요 대학의 정시를 확대한다는 방안은 지역 간 대학 불균형을 심화하고, 현행 수시 전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면서 “교육부가 고교 교실 수업을 강화해 온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에도 역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기소개서 폐지, 학교 생활기록부 비교과 영격 미제공 등의 극단적인 방안은 대학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학종의 근간을 뒤흔든다”고 했다. 이어 “학종 취지에 맞게 자기소개서 반영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학생부 비교과 영역은 학생 선발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부터 해결해야


  이처럼 정시 확대를 비롯한 입시 전형에 따른 정부의 입장과 각 교육계,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교육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대입제도의 공정함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달 안으로 발표되는 대입제도 공정성 방안이 어떻게 결정될지에 따라 교육제도의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그렇지만 입시제도의 공정성 논쟁에 앞서 우리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궁극적으로 대학의 목표가 무엇인가에 관한 고민이다. 지금의 대학은 학문적 교육의 목표를 잊고 지나치게 서열화 되어 있다.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를 방치하는 한 입시제도에 관한 문제는 공정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엄유진  윤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