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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2020호외-3 호 온라인 고사 적색경보, 부정행위와 공정성 논란

  • 작성일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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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1708
윤소영


■ 대학가에 퍼진 온라인 부정행위

  우리 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과제로 대체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 고사를 시행하였다부정행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대학 측의 입장이다그러나 우려가 현실이 되어 많은 대학에서 부정행위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가장 먼저 논란이 된 것은 인하대 의대 내부의 집단 부정행위였다인하의대 학생 일부는 지난 312일과 22, 418일 세 차례에 걸쳐 집단 부정행위를 했다이들은 각각 2~9명씩 무리를 이루어 같은 장소에서 함께 문제를 풀거나전화·문자·SNS 등을 이용해 답을 공유했다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보안성이 강한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으나 그 수가 많아 결국 꼬리를 잡혔고동급생의 문제 제기로 결국 부정행위가 적발되었다이 부정행위에는 1학년 50, 2학년 41명으로 총 91명의 학생이 가담해 더욱 논란이 되었다


  이어 성균관대학교에서도 부정행위 사례가 적발되며대학가에서 온라인 시험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성균관대 물리학 강의를 듣는 한 학생이 시험지를 한 해외 유료 문제 풀이 사이트에 공유하면서 부정행위가 적발되었다이 사이트는 매달 14.95달러(한화 약 18천 원)을 지불한 유료 회원에게 다른 사람들이 답변한 풀이를 제공하는 곳이다대학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부정행위들이 적발된 사례가 적을 뿐실제로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건국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서강대학교 등 서울 주요 대학 내부에서 부정행위 사례가 적발되거나 문제 제기가 되고 있다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출처: 포토뉴스)



■ 대학의 공정성 확보 대책 마련 시급

  대학 관계자들은 이 부정행위는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대면고사에 비해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온라인 고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부정행위에 대한 기준처벌 방법공정성을 위한 대책 등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최소한의 노력조차도 하지 않은 대학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결국 온라인 시험에 대한 부담은 시험을 출제하는 교수와 시험을 응시하는 학생들이 모두 떠안게 되었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이에 인하대학교는 뒤늦게 부정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을 마련하고 기말고사의 공정성을 위한 대책을 공지했다부정행위에 가담한 의대생 91명의 성적을 전원 0점 처리하고담당교수와의 상담과 사회봉사를 명했다기말고사는 이번 달 15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대면과 비대면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 치르되부정행위 방지 대책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화상회의시스템을 활용해 신분 확인과 응시 장면답안 작성 화면 등을 감독하고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 장면은 녹화된다또한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학생은 추후 별도의 구술시험을 치르게 된다이에 인하대학교 관계자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의과 학생들이 반성하고 있고자진 신고한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앞으로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행위 적발의 논란이 없었던 우리 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는 여전히 부정행위에 대한 기준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우리 대학의 경우 서버가 불안정한 온라인 시험을 대비해 유선랜과 크롬 사용을 권장했을 뿐 공정하고 원활한 온라인 시험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결국 그 부담을 떠안은 것은 교수와 학생들이었다각 수업의 교수들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을 오픈북 형식으로 바꾸고 학생들이 서로 답안을 공유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내용의 논술형 문제를 내는 등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혹은 시험 시간을 짧게 설정하거나 줌구글 Meet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교수가 시험을 감독하고객관식의 경우 문제와 선지의 순서를 바꾸는 등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그러나 모든 교수의 시험 형식과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었고 학생들은 혼란을 겪었다심지어 부정행위를 잡기 위한 고민이 길어져 선뜻 시험 공지를 내지 못하는 과목이 많았고시험 당일에서야 시험 형식의 공지를 주는 경우도 있어 시험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시험을 온전히 준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오픈북이라고 공지된 시험의 경우에도 오픈북의 범위가 교재까지인지혹은 인터넷을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그 기준을 명확히 공지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학생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온라인 고사의 경우 서버 불안정 등의 문제와 함께 시험이 깐깐해질 수밖에 없어 대면시험에 비해 학생들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그런데도 학교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아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학생들은 대학이 총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홍익대학교와 서강대학교는 온라인 고사는 공정성 훼손이 우려되며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선택적 패스제도를 도입했다이 선택적 패스제도는 D학점 이상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P(서강대의 경우 S)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P를 받은 과목은 이수가 인정되지만 학점의 평점 계산에는 반영되지 않아 학생들에게 유리하다홍익대학교는 원격강의라는 한정된 학습 환경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결과를 상대적으로 비교 평가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보다 유연한 성적평가 방식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서강대학교 또한 온라인 시험에 따른 학생들의 부정 응시로 인한 공정성 훼손을 염려해 이번 학기에 한해 별도의 성적 정정 기간을 두고 수강생들이 학점 성적 대신 급락성적(S/U)을 택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이에 연세대학교에서도 학생들의 건의로 선택적 패스제도를 고려중이며다른 대학에서도 도입을 건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위 학교들은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학생들을 위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된다우리 대학과 다른 대학들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유연한 성적 평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부정행위를 강력히 막을 대책을 마련하여 학생들에게 정확한 공지를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 온라인 시험에 대한 우리의 태도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의 양심과 의식의 강화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온라인 시험이 처음이라고는 하나부정행위에 대한 죄책감과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다인하대학교는 이에 기말고사를 치르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정직하게 시험을 보겠다는 학생 명예 서약을 받아 학생들의 의식을 고취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우리 대학의 경우 대면고사 답안지에는 이와 같은 내용의 서약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온라인 시험의 경우 별도의 서약을 받지 않아 학생 스스로 공정한 시험에 대한 의식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빈번히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누구도 내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교수와 다른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 있는 대면 고사에 비해 각자의 공간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는 온라인 고사는 부정행위를 해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으며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학생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요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일부 학생들이 부정행위 적발 사례를 두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크고 작은 부정행위를 한 번씩은 저질렀을 것이다솔직히 이런 시기에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바보 같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온라인 고사 부정행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 수 있다특히 다른 사람의 답을 베끼거나 친구와 답을 공유하는 부정행위에 비해오픈북이 아닌 시험에서 책상에 메모해둔 내용을 살짝 보는 것과 같은 부정행위는 경중이 더 작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이 또한 명백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윤소영 기자·정유빈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