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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제 2 호 오늘도 우리가 죽는 이유

  • 작성일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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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754
정한희 (5hani@naver.com)





  대한민국 사람들의 대부분이 앓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 병이 있다. 바로 ‘안전 불감증’이다. 안전 불감증이란 모든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믿으며 안전에 익숙해져서 사고의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안일한 생각 은 안전교육의 부재를 부른다. 첨단화된 기술과 기반이 사고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가분의 관계가 된 안전 불감증과 안전교육의 부재는 늘 사고로 이어진다. 피할 수 있는 사고들을 겪으며 여전히 아파하고, 이를 반복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을 고치기 위한 최고의 치료약은 바로 ‘안전교육‘이다. 불이 나면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이 있고, 쓰러지면 응급처 치를 해주는 구급대원이 있는데 우리가 굳이 안전교육 을 받고, 사고 시 대처할 수 있는 요령을 알아야 하는 이 유는 무엇일까?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병원이 아닌 일상 에서 일어나며 이를 제일 처음 발견하는 것도 역시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다. 




쿵-. 

내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졌다.


 여전히 당신과 상관없다는 생각이 드는가? 피를 흘리고 심장이 멎어 호흡이 없는 이 환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일 수 있다. 



  지난해 발생한 급성 심장 정지 환자 수는 2만 9800 명 정도로 10년 전보다 53%나 증가했다. 대부분의 심 정지는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서는 심폐소생술이(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CPR)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119 구급 대원이 도착하기까지 평균 시간은 8분. 심 정지는 발생 후 4분이 지나면 급격한 뇌 손상이 진행된다. 시간이 지 날수록 뇌 손상은 점점 심각해져 사망에 이르거나, 살아나도 대부분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존 적인 삶을 살게 된다. 즉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에는 아무런 처치도 받지 못한 환자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일 것이란 말이다. 심 정지 환자를 소생시키려면 생 존 사슬이 즉시, 그리고 쉼 없이 이어져야 한다. 생존 사 슬이란 아래 그림에 있는 5개의 응급처치가 연속적으로 시행되는 과정을 말한다. 이 사슬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제일 처음 발견 하는 우리다. 2017년 9월 질병관리본부와 소방청은 구 급대가 도착하기 전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환자의 생존율은 15%로 미 시행 시 생존율인 3%보 다 5배나 높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놀랍게도 작년 대한응급의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람 이 48.9%를 차지했다. 즉 국민 2명 중 1명은 심폐소생 술 교육을 받은 적도 없으며 할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암울한 심폐소생술 교육률을 보고 있자면 실제 심 정지 상황에서 정확한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장이 멎은 사람을 발견 했을 때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시행하겠다.’는 응답자 33%보다 ‘시행하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48%로 부정적인 답이 훨씬 많았다. 조사 결과와 같이 실제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 비율도 저조하다. 2006년 1.3%에서 2016년 16.8%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 고 있지만, 같은 해 미국은 46%, 일본은 36%인데 비해 여전히 낮았다. 


사람들이 심 정지 환자를 보고도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개는 ‘내가 심폐소생술을 해서 환자가 잘못되면…, 곧 구조대가 올 텐데 일반인인 내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게 의료법에 저촉되는 건 아닐까, 성추행으로 신고 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에 1분 1초가 중요한 골든타임을 그냥 흘려보낸다. 이러한 걱정들은 부실한 안전교육이 초래한 결과이다. 사실 심폐소생술을 해서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 파열이 되는 것보다 정말 최악은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의 심장이 멈춰있다는 것인데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7월부터 일반인이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을 보호하기 위해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제정하여 응급 상황에서 구조자로서 한 응급 처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법적으로 면책하여 주고 있다. 그러니 지체하지 말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에서 심장 압박 말고도 중요한 것이 있다. 자동 심장충격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AED)의 사용이다. 자동 심장충격기는 심장이 멈췄을 때 전기 충격을 주어 심장 기능의 회복을 도와주는 도구다. 의학 드라마에서 의사가 다리미 같은 것을 양손에 들고 간호사에게 “200줄! 챠지- 쇼크!”를 외치며 환자 가슴에 대면 환자의 가슴이 위로 튀어 오르는 그 도구를 응급 시 일반인도 쉽게 따라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심 정지 후 4분 이내에 가슴 압박과 자동 전기충격기까지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생존율을 최대 70%까지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자동 심장충격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16년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68%는 자동 심장충격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52%는 사용과 관련한 홍보를 접한 적이 없었으며 76%는 사용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 안전교육은 보건교육 중의 하나로 성교육, 질병·영양 교육, 약물·흡연 교육과 함께 진행되며 일방적으로 강연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1년에 한번 정도 일부 학생이 대표로 애니의 가슴을 퍼억 퍼억 누르며 단지 심폐소생술을 흉내 내는 것에 그치는 그야말로 ‘이벤트성 교육‘이다. 턱없이 모자란 안전교육 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제대로 실습을 해보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자율 학습 시간으로 대체하고 있으니 안전사고 앞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헤엄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입시를 치루고 대학교에 진학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우리 학교만 해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안전교육 강의가 없다. 졸업을 하기 위해 심폐소생술 수료증이 필요한 사범대나 스포츠 건강관리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생들은 대학교를 다니는 4년 동안 심폐소생술 교육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안전교육도 없다. 만약 우리 학교에서 심 정지 환자가 발생한다면, 과연 누가 가슴 압박을 하고 자동 심장충격기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지금에야 부실하게라도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중년층 이상은 사고에 정말 취약하다. 심 정지의 80%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데 노부부만 단 둘이 있는 집에서 심정지가 발생한다면 … 생각만 해도 캄캄하다.



  이러한 암담한 상황을 단지 미비한 안전교육으로만 탓할 수는 없다.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자동 심장충격기 의무 설치기관 총 1만 2319곳 중 설치가 되지 않은 곳은 37.2%에 해당하는 4580곳이나 된다. 의무 설치기관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자동 심장충격기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이다. 또한 국가에서 각 기관을 방문해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단속도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적발되더라도 마땅한 제제를 가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이러한 결과 우리나라에 보급된 자동 심장충격기 수는 3만 대에 불과하다. 유럽 300만 대, 미국 150만 대, 일본 60만 대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며 인구 대비 보급률도 매우 낮다. 미국의 경우 자동 심장충격기 1대 당 인구수는 약 133명, 일본의 경우 약 289명이었지만 우리나라의 1대당 인구수는 무려 약 3503명에 달했다. 1대당 3500여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는 섬뜩한 이야기다. 


   심 정지 환자 생존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미국 시애틀이다. 그 비법은 학교와 직장에서의 체계적인 교육과 신속하고 유기적인 의료 체계에 있다. 시애틀의 한 길거리에서 심폐소생술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시민들의 반응을 보는 실험을 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비율이 높았고 교육용 인형 애니에 실시한 가슴 압박을 능숙하게 해냈다. 모두가 정확하게 가슴 압박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대다수가 응급 상황에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또한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성장 정도와 환자의 상황에 따른 알맞은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실습하였으며 교육이 끝나면 수료증도 발급받아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급처치 수료증을 가지고 있게 된다. 


 이웃나라 일본은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1시간의 이론과 2시간의 심폐소생술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는다. 이는 도로에서 운전 중에 발생한 심 정지 상황을 목격한 모든 운전자들이 응급처치를 가능하게 만들어 생존 확률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바 현에서는 국회의원인 프리티 나가시마가 AED 홍보대사를 자처하면서 시민들에게 자동 심장충격기를 홍보하고 점검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자동 심장충격기의 사용법이 적힌 전단을 나누어 주며 인식률을 높이고 자동 심장충격기를 직접 들고 다니면서 심 정지 환자가 있을 때 바로 보급하여 구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자판기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자판기를 많이 이용하는 국민들의 특징을 고려해 자판기에 자동 심장충격기를 탑재하기도 한다.



  로그함수는 가르치면서 안전교육은 등한시하는 이 나라는 살 수 있는 사람을 죽도록 방관하는 사회다. 당장이라도 정부는 자동 심장충격기의 보급을 늘리는 경제적인 지원과 의무 설치 기관의 설치 여부를 단속하는 제도적인 노력도 탄탄히 해야 한다. 또한 학교, 직장, 지역 차원의 철저한 심폐소생술 교육도 의무화해야 한다. 심장이 멎어 쓰러지는 것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내가 배워 시행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누구의 안전도 보장될 수 없음을 깨닫자. 쓰러진 사람을 보고 쯧쯧-하고 지나치는 것이 아닌 119신고와 동시에 가슴 압박을 할 수 있는 당신의 용기가 대한민국은 간절히 필요하다.





지금 손깍지를 껴보자. 

그 포개진 손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영웅의 손인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