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문화

제 750 호 정보는 있는데 클릭은 없다, '제로 클릭 콘텐츠'의 알고리즘

  • 작성일 2025-06-08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516
신범상

  최근 SNS나 뉴스 플랫폼을 둘러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제목보다 이미지, 혹은 짧은 영상 클립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서는 콘텐츠를 ‘클릭’하지 않아도 10~30초 정도의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왜 사람들은 클릭도 하지 않고 이토록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게 된 걸까? 지금부터 ‘제로 클릭 콘텐츠’의 확산과 그 이면에 감춰진 미디어 구조를 들여다보자.


제로 클릭 콘텐츠란?

  '제로 클릭 콘텐츠(Zero-click content)'란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도 정보를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다. 이러한 콘텐츠는 검색 결과 페이지나 SNS 피드에서 제목, 이미지, 요약 정보 등을 통해 핵심 내용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구글 검색 결과에서 요약된 정보가 제공되어 사용자가 추가 클릭 없이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로 클릭 콘텐츠 예시1 (사진: 변의정 기자)


▲제로 클릭 콘텐츠 예시2 (사진: 변의정 기자)


  이러한 콘텐츠는 사용자가 플랫폼을 벗어날 필요가 없는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웹사이트의 평균 트래픽이 감소하면서 정보를 검색 엔진이 직접 제공하는데, 웹사이트 방문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클릭을 유도하지 않고도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긴다. 이에 따라 콘텐츠 제작자들은 검색 최적화(SEO) 전략을 기존의 '클릭 유도형 제목' 중심에서 '요약형 콘텐츠, 구조화된 데이터, 검색 내 노출 최적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광고 시장 또한 페이지 방문 기반의 과금 구조에서 플랫폼 내부 노출 중심의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 유통과 수익모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전환이다.


읽지 않는 사람들, 정보 소비방식의 전환


▲2024년 스파크토로의 미국 내 구글 검색의 정보 소비 통계 (사진: https://sparktoro.com/blog/2024-zero-click-search-study-for-every-1000-us-google-searches-only-374-clicks-go-to-the-open-web-in-the-eu-its-360/?utm_source=chatgpt.com)


  2024년 스파크토로(SparkToro)와 SimilarWeb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구글 검색 1,000건 중 평균 360건만이 외부 웹사이트로 연결되었고, 나머지 64%는 구글 검색 결과 페이지 내에서 정보 소비가 이루어졌다. 이처럼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도 요약 정보, 지식 패널, 추천 박스 등을 통해 내용을 전달했다. 또한, 2024년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의 글로벌 미디어 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자신의 검색 활동 중 최소 40% 이상을 ‘제로 클릭’ 결과로 처리한다고 응답했다. 이로 인해 외부 링크 클릭률은 평균 15~25% 감소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Z세대에서 더욱 뚜렷하다. 2024년 미국 뉴욕포스트(New York Post)가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Z세대는 하루 평균 약 6.6시간을 온라인 콘텐츠 소비에 할애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 기반의 피드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는 텍스트 기반 정보보다는 감각적이고 즉시적인 자극을 선호하는 소비 패턴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전통적인 뉴스 소비 방식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준다.


  즉, 정보 소비는 ‘검색하고 클릭하던 웹 중심’에서 ‘플랫폼 내부에서 자동 제공되는 정보 스낵(snack)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사용자가 주체적으로 탐색하던 방식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알고리즘이 큐레이션한 콘텐츠를 클릭 없이 수용하는 패턴이 지배적인 흐름이 되었다. 이는 단지 사용 행태의 변화가 아니라, 정보 유통 구조의 중심이 ‘개별 웹사이트’에서 ‘플랫폼’으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제로 클릭 콘텐츠는 사용자의 시간을 절약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지만, 정보의 맥락과 출처를 2차적으로 접근하게 하고, 선택과 해석의 주체를 사용자에서 알고리즘으로 이전시킨다.


정보 소비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제로 클릭 콘텐츠의 미래는 단순한 정보 소비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점점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정보 유통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콘텐츠는 단순한 클릭 유도를 넘어, 플랫폼 내부에서 자동 노출되기 위한 최적화 전략을 갖춰야 한다. 제목보다 썸네일, 긴 글보다 요약과 키워드, 서사보다 순간적 흥미가 우선되는 환경에서, 콘텐츠는 더 작고, 더 빨리, 더 뚜렷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이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용자 측면에서도 정보 소비에 대한 주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AI가 제공하는 요약 정보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정보의 맥락과 깊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본 콘텐츠에 대한 접근과 비판적 사고가 요구된다. 더불어 제로 클릭화된 플랫폼의 취약점을 이용하여 ‘제로 클릭 해킹’을 당하는 사례도 있다. 결국, 제로 클릭 콘텐츠의 시대에는 AI와의 협업을 통해 정보를 소비하되, 선택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잃지 않으려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변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