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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78 호 [교수칼럼] 르네상스 맨 알베르티: 융복합적 사고의 방법론과 방향성

  • 작성일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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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424
이해람

계당교양교육원 오경은 교수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에 대비하여 융복합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많은 대학들, 그리고 교수님들께서 자라나는 세대의 창조력 배양을 위하여 필요한 융복합적 사고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생 여러분들께서도 사회에 나가기 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하나의 학문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학문과 비학문의 영역을 횡단하여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고 이를 구체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융복합적 사고란 개념이 상당히 모호하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할 방향이 정립되지 않은 것이 현실적 상황이고, 저 역시 이에 대해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며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지난 몇학기 간의 수업을 통해 제가 확신하게 된 점은 융복합적 사고에 기반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최첨단의 테크놀로지와 시류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고전에 대한 깊은 이해라는 것입니다. 가장 현대적인, 가장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최근의 기술이 어디까지 왔고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 분야의 현재 판세를 완전히 뒤엎고 자신의 방법론이 쉽게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획기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은 고전의 이해로부터 얻어지는 성찰력 및 분석력과 그것의 실천적 활용에서 온다는 점은 그닥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듯 합니다. 


고전의 이해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할 주요한 밑바탕임을 말하기 위해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1404-1472)를 케이스스터디 대상으로 삼겠습니다. 이름이 생소하다 하시는 분들도 피렌체의 유명 관광지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이미지는 본 적이 있으실텐데, 이 매혹적인 비율미를 갖춘 파사드가 바로 알베르티의 디자인입니다. 그렇다고 알베르티를 건축가로 규정하면 그의 중요한 업적들을 놓치는 셈인데, 그는 문학가였고 교황의 참모역할을 한 성직자 겸 전략가였으며 수학자, 미술이론가, 음악이론가로도 활약했으며 문법, 종교, 농업 등에 대한 논고를 남기기한 학자였습니다. 그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에 남긴 위대한 업적은 동시대 문화의 중요한 특성인 과학과 예술의 온전한 융합현상을 명문화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그의 저술서 『회화론』(1435-6)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브루넬레스키, 마사치오, 기베르티 등 초기 및 전성기 르네상스 회화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완벽에 가까운 외부 재현력을 갖출 수 있었는지를 분석해 이론화하는데, 그 분석에 고전을 통해 배운 수학과 과학을 도입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원근법이 바로 이 알베르티의 이론으로, 그는 유클리드 기하학에 근거하여 3차원 대상물을 2차원 평면에 고스란히 담아낼 기법, 즉 원근법을 정립하게 됩니다. 이는 비단 회화를 위한 법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이것을 회화에 옮겨낼 도구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일종의 합치이며 부분과 부분이 어울려 전체를 이루는 화음과도 같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화음은 “숫자가 만들어내는 규칙, 일정한 관계의 배치로 실현된다“는 그의 말은 순수학문의 영역에 갇혀있던 수학, 과학을 예술과 현실의 영역으로 옮겨오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그는 예술과 수학, 과학의 병합을 이뤄냈을 뿐 아니라 순수학문(당시에 artes liberales라 부른 귀족들의 학문)과 통속영역(artes vulgares, 예술과 기예 등 노동계급의 재주)의 경계를 위반함으로써 학문적 성취가 일상의 영역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여러 저술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그의 소명의식은 자신의 분석 및 이론이 결국 그의 가족, 도시, 더 나아가 국가가 문화적, 역사적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융복합적 사고의 기반을 더 나은 공동체 건설이라는 실용주의적 목표의식에 두고, 고전을 바탕으로 한 깊은 이해력과 통찰력을 활용하여 서로 다른 분야의 분석틀을 접목해보는 것, 이를 통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새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 이러한 알베르티의 면모가 우리 시대 대학교육 및 학생 여러분의 미래설계에 있어 훌륭한 참조점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