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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99 호 신기술 인재양성 위한 패스트트랙 제도

  • 작성일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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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기술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한 패스트트랙 도입

  교육부는 지난 11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차 사회관계장관회의 겸 제8차 사람투자인재양성협의회’에서 ‘인재 양성 정책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인재 양성 정책 혁신 방안을 요약하자면, 정부가 신기술 분야 인재 육성 추진을 위해 대학설립·운영 규정 개편과 온라인 교육 비율에 따라 대학이 확보해야 하는 교사, 교지 기준을 유연화하는 등 ‘대학 교육 유연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해 첨단 분야 학·석사 연계 패스트트랙 제도와 대학 진로 교육부터 기업의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를 통해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을 돕고 취업 준비까지 연계하는 원스톱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학‧석사 연계 패스트트랙, ‘점프 프로그램이란?

  가칭‘점프(JUMP)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학‧석사 연계 패스트트랙 제도는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등의 첨단 분야 인재의 조기 양성을 위해 대학 간이나 대학 내의 학과 간 협업을 통해 일반 학과 또는 이공계 학부 학사 과정을 3년 6개월 동안 이수하여 마무리하고 이후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석사과정을 1년 6개월 동안 밟는 형식으로 구성된 학·석사 과정 단축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관련 대학과 대학원의 정원이 확대되고, 관련 학과에 학사와 석사과정을 최단 5년에 이수 가능한 통합 과정이 도입된다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제도와 수도권 포함 첨단 분야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은 기업이 요구하는 융합형 전문 인재를 빠르게 배출하여 공급할 수 있게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첨단 분야 패스트트랙은 2023년 안으로 도입될 예정으로, 국내 대학 중에는 서울대학교가 가장 먼저 도입한다. 서울대학교 수의대는 본과 진입 5년 만에 석사까지 취득할 수 있는 학·석사 연계 과정을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대학원, 보건대학원에 신설하려는 준비를 이미 마쳤다.

  사실 학‧석사 연계 패스트트랙 제도의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년 전부터 이화여대, 영남대 등 일부 대학에서 학‧석사 연계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해왔다. 2002년에는 교육부와 산업자원부가 공대의 5년제 학‧석사 연계과정 확대를 논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제도 확대 목적이 이공계 진학기피 현상을 해소하고 고급 기술인력 양성을 위함에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여 상대적으로 인문계 진학이 기피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후 학‧석사 연계 패스트트랙 제도가 확대되어 많은 대학에서 학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운영 중이다. 우리 대학 역시 학‧석사 연계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총 평점평균이 3.5 이상이며 4∼6학기 이수자는 학‧석사 연계를 통해 조기졸업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 학‧석사 연계 패스트트랙 제도와 다른 점은 ‘첨단 분야’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2016년부터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비하여 첨단 분야에 능한 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해왔는데, 첨단 분야 패스트트랙의 도입 역시 그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재 양성인가 현실과의 괴리인가?

  첨단 분야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은 국내 기업 인재 공급에 있어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 발맞춰 디지털이나 신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나 신기술 분야 전문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용 공고를 내도 아직 신기술 분야에 대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원자가 적고 회사가 원하는 실무형 인재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공지능 전문 업체인 K 기업의 경우 국내 대학에서 AI 관련 석사 학위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 중이지만, 해당 기업 관계자는 “AI 특화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석사 이상의 실무형 인재가 필요한데 여전히 풀(pool)이 작아 현장이 원하는 인력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라고 서울경제를 통해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첨단 분야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은 석사 학위 이상의 실무형 고급 인력이 빨리 기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 신기술 분야의 인력난을 해결해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학생들 역시 기존보다 짧은 시간 내에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기존의 제도와 달리 다른 대학과 공동으로 연계 과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른 한편 첨단 분야 패스트트랙 제도가 아직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 역시 있다. 첨단 분야 패스트트랙 제도의 도입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이미 외국의 많은 대학이 패스트트랙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또한 학업 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제한하여 실시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 분야 패스트트랙의 도입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수도권 대학들이 첨단 분야 학과 정원을 자율적으로 늘리는데 제한을 주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각종 규제를 개혁하지 않고는 첨단 분야 인재 양성에 한계를 가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입학정원 총량 규제로 인해 첨단 관련 분야 인재를 늘리려면 다른 학과의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과 간 충돌이 부딪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컴퓨터공학의 경우 2005년 이후 55명을 유지하다 지난해 정원을 70명으로 늘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차국헌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는 수도권 정원 제한 등으로 묶인 학과 간 벽이 학생들의 전공 선택을 제한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학과 정원 조정 문제를 대학 학과 간 자율에 맡기면 각 과의 이해때문에 풀 수 없어 인재 양성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히 정원을 늘리는 방식 역시 지금까지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해 대학 정원을 축소해오던 것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서울대는 입학 지원율이 낮은 대학원 학과의 정원을 줄이고 그만큼 인기 학과에 배정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직전 3년 동안 평균 지원율이 정원의 85% 미만인 학과의 정원을 10% 감축하고, 지원율이 높은 대학원과 신설 학과에 그만큼 정원을 늘리는 방식이다. 서울대에 따르면 해당 정원 관리 지침은 2023년부터 시행된다. 서울대는 이를 전체 학과의 정원 범위 안에서 효율적인 여석을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학과별로 정원이 나눠진 칸막이 문화를 유연하게 바꾼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금처럼 정부와 대학에서 첨단 분야나 이공계열에 대한 지원만 확대한다면, 자연스럽게 이 제도로 인해 정원이 축소되는 것은 기초학문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정원이 감축된 학과도 추후 지원율이 높아지면 정원을 이전 수준으로 다시 늘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기초 학문이 배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한 번 정원이 감축된 기초 학문 계열의 지원율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제도미래를 향한 도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해당 방안에 대해 앞으로 신기술/산업 분야의 혁신성장을 견인하고 포용적 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인재 양성 정책을 만들어가기 위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패스트트랙 제도가 본래의 의도에 맞게 시행되려면 앞서 나온 우려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현재 진행되던 대학 정원 축소에 맞춰 입학정원 총량을 규제하면서 첨단 분야의 인재를 늘리려면 자유 전공 등의 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존의 학과별로 인원을 뽑는 방법은 학과 정원 조정이 힘들었지만, 자유 전공을 도입하면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학과 정원 조정할 때 학과 간 충돌도 적을 것이며 선택의 폭 역시 더 넓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실제로 이미 미국 스탠퍼드대 같은 해외의 대학들도 점점 자유 전공으로 학생을 뽑으면서 학생들에게 더욱 넓은 선택권을 주고 있다. 또한 패스트트랙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대학 정원 문제 외에도 다른 제도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검토한 후 기존의 제도와 맞춰나가야 한다. 

  첨단 분야의 발전이 기초 학문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충분히 논의돼야 할 것이다. 기초학문은 물질적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점점 우리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사회가 다가올수록 우리 인간이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하려면 기초학문을 통해 다양한 사회구조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다른 학문의 기초가 되는 기초학문을 배제한다면, 앞으로 첨단 분야가 발전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단순히 기술의 발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발전된 기술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 인간 역시 그만큼 발전해야 할 것이고, 기초학문은 그 길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첨단 분야의 발전에 기초학문이 함께 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패스트트랙 제도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기존 제도와의 조율이 잘 이루어지고 다른 학문과도 적절히 융합할 수 있다면 첨단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의 대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도의 도입 전, 충분한 검토로 숙제가 해결되어 대학생들과 첨단기술 분야에 있어 미래를 향한 도전이 되길 바란다. 


윤소영이은영이규원 기자